독일_항의가 정상인 곳 Das Leben in Deutschland

오늘은 Klausureinsicht이라고 자신이 받은 채점 중에 항의할 부분을 항의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경제법학 시험이라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아서 답만 뽑아서 가져갔다. 춥기도 하고 귀찮지만, 자기가 쓴 답, 그리고 채점이 옳은지 그른지 확인하는건 권리라고 생각해서 귀차니즘의 상태에서 갔다. 
 
그런데 홀 하나를 채울 정도로 생각보다 많이 왔다. 줄서서 겨우겨우 내 답안지를 받고, 답이랑 비교하면서 무엇을 틀렸는지, 크게 잘못된 채점은 없는지 확인했다. 처음부터 항의할 생각은 없었으므로, 종이랑 펜도 안가져갔고, 비교해보니 딱히 항의할 부분도 없길래, 다른 학생들보다 좀 빠르게 다시 답을 갖다줬다. 
 
그런데 튜토어가 내 답안지를 다시 받더니, 재차 물어본다. "Keine Demonstration?" 너 진짜 데모하지 않느냐고, 항의할 것이 없냐고.
없다고 대답하니 뜸들이다가 다시 받는다. 
 
알고보니, 다른 학생들은 가져온 종이에 항의할 것들을 적고있었다. 다들 너무 열심히 항의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어떤 애들은 법률책 2권도 가져와서 쓰고있었다. 마치 두번째 시험 보듯이. 
 
오늘 다시 한번 느꼈다. 여긴 데모나 항의가 "당연한" 곳이었다는걸.  
 
70~80년대 운동권 학생들, 소위 그 당시 빨갱이로 낙인 찍혔던 사람들 중 몇몇은 독일 유학을 많이 택했다. 이곳은 아마 그 사람들에게 오아시스같은 나라였을거란 짐작이 들었다. 데모도 항의도 공권력으로 제압되었던 시대에 그것들이 당연한 이 곳에서 공부한다는 건.  
 
시대가 많이 지났고, 이제 그 사람들이 독일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유시민 작가, 김정운 작가처럼 우리나라에 일침을 놓을 줄 아는 지식인이 되어 돌아갔다. 그 분들이 이렇게 존경을 받을 수 있을 줄 70~80년대에는 누가 상상을 했을까. 
 
이렇게 시대흐름이 많이 변하고 발전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항의가 용납되지 않는 갑질 문화가 만연해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독일이 발전할 수 있던 원인 중의 하나가 항의나 데모, 권리를 위한 싸움이나 파업이라고 생각한다. 독일 사람들은 자기 생각을 말하는데 있어서 거리낌이 없는 편이다. 반대되는 입장을 감정을 싣기보다 이성적으로 얘기하는데 능숙하다. 여기에는 다른 사람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한몫 하는 것 같다.
이렇게되면 여러사람이 같이 토론하고 발전할수 있는 여지가 크다.  
 
극단적으로 얘기한다면 질문이나 항의하지 않으면 무능력하다라고 이미지가 찍힐지도 모르겠다. 질문이나 항의가 있다는건 무언가 알고있다는 증거다. 없다면 무지하다는 증거가 될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실제로 독일 초중고에는 Meldung점수를 매긴다. 질문하고 수업에 참여하는 태도를 성적에 포함시킨다.
 
만약 권력이나 권위, 싸움 회피 등의 이유로 그룹이나 기업, 가정, 나라에서 소통 단절이 있다면 발전 가능성이 낮다. 썩은 고인물이 되는것이다. 
 
오늘은 다시 한번 독일이 항의하는 것이 일반적인 나라였다는 걸 느꼈던 날이었다.